모아나와 수평적 확장.
디즈니 애니 모아나를 십수번째 보고 있다.
아빠는 섬에 사는 부족의 족장이고 모아나는 미래의 족장이다.
모아나는 계속 이유를 모르게 바다에 끌리는데, 아빠는 바다를 절대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고,
땅에 머무르고 땅에서 삶을 찾으라고 한다.
이는 아빠가 족장들만이 가는 제일 높은 산 꼭대기로 가서 과거 족장들이 하나씩 돌을 쌓은 것을 보여주는 것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돌탑을 쌓음으로써 섬 모투누이(의 높이를)를 더 높이게 되는 것이다. 모아나도 이제 돌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돌탑을 본 이후로 모아나는 바다로 나가려 하는 마음을 접게 된다.
모투누이에서는 바다를 넘어가는 것이 '의미'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인 것이다. 땅에 있는 것만이 의미있는 세계이다.
바다를 건너려는 모아나는 아무에게도 지지받지 못하는 무의미한 일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모아나가 테피티의 심장을 되돌려 놓음으로써 세계를 구하고 나서,
돌탑 위에 올려놓은 것은 돌이 아니라 바다에 존재하는 소라이다.
돌탑을 높이는 안정적인 수직적 행위는 남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아나가 올려놓은 소라는 더이상 그 위로 쌓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옆으로 놓는 것만이 가능하다.
남근 형상의 수평적 늘어놓음으로 수직성을 없애버린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처럼, 모아나의 소라는 돌탑의 수직성을 파괴하였다.
기존의 세계를 바꿔버린 것이다.
수직적으로 위로 향해가는 세계를 벗어난 수평적 확장의 엔딩이 마음에 든다.